느슨한 연결의 시대 — 이웃 갈등과 ADHD가 증명하는 것

6개월 아기의 발을 아무 말 없이 만지고, 항의받자 “내가 병균을 옮기냐”고 되물었다는 이웃 이야기가 온라인을 달궜다. 이 한 장면이 지금 한국 도시인의 느슨한 연결 욕구를 날카롭게 압축한다 — 우리는 서로 너무 가깝고, 동시에 너무 낯설다.

이웃도 낯선 사람 — 경계가 흐려진 공동 주거

JTBC ‘사건반장’이 7월 9일 소개한 제보다. 아파트에 사는 30대 여성 A 씨는 이웃이 반복적으로 아이 발을 만지자 항의했고, 돌아온 반응은 방어적 역공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손으로 발을 만진다고 감염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JTBC 사건반장 원문), 이 사건의 핵심은 감염이 아니다. 허락 없는 접촉, 그리고 경계 표현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태도 — 이것이 공동 주거에서 가장 흔하게 마찰을 일으키는 구조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살수록 경계 감각의 차이가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번아웃인 줄 알았는데 ADHD였다

관계 피로는 외부에서만 오지 않는다. 정신의학신문이 소개한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정정엽 원장의 칼럼은 성인 ADHD와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는 패턴을 짚는다(정신의학신문 원문). 출근 준비부터 피로를 느끼고, 해야 할 일을 미루면서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으로 규정한 30대 여성 사례가 대표적이다.

ADHD는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주의력 조절의 신경생물학적 차이다. 이를 ‘성격’ 또는 ‘노력 부족’으로 오독하면 자책이 쌓이고, 우울증이 그 위에 포개진다. 내면의 오진(誤診)이 반복되는 사람은 어떤 관계에서든 소진을 더 빠르게 경험한다. 그리고 그 소진이 익숙해질 때, 사람은 자연스럽게 부담이 적은 관계를 찾는다.

‘각할’이 2026년에 뜨는 이유

그 갈망이 만들어낸 것이 ‘각할’이다. 한겨레가 7월 7일 보도한 서울 마포구 공유 오피스의 모임은 ‘각자 할 것을 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한겨레 원문). 대화 의무도, 친밀감 강요도 없다. 같은 공간에 있되 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

배드민턴 소모임이 1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도 ‘최소한의 규칙’이었다. 이것은 인간관계 회피가 아니다. 소진 없이 지속 가능한 연결을 의식적으로 설계한 결과다. 느슨하기 때문에 끊어지지 않는다.

논평 — 경계를 말하는 것은 차가움이 아니다

세 뉴스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허락 없는 접촉에 항의한 부모, ADHD를 우울증으로 오해받던 직장인, 의무 없는 모임을 선택하는 30대. 이들의 공통점은 ‘적당한 거리’를 원한다는 것이다.

느슨한 연결은 관계의 퇴보가 아니다. 소진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어 전략이다. 이웃에게 경계를 말하는 것도, ADHD를 제때 진단받는 것도, 부담 없는 모임을 선택하는 것도 — 결국 같은 방향이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관계의 밀도를 조절하는 것. 그게 지금 2026년 도시인이 배우고 있는 기술이다.

자주 묻는 질문

'각할'이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각자 할 것을 한다'의 줄임말로, 같은 공간에 모이되 대화나 친밀감을 강요하지 않는 모임 형식입니다. 2020년대 이후 관계 피로를 줄이고 싶은 30~40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성인 ADHD가 우울증과 함께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DHD는 의지 문제가 아닌 주의력 조절의 신경생물학적 차이입니다. 진단 없이 방치되면 반복되는 실수와 자책이 쌓여 우울증이 동반되기 쉽습니다. 두 가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강조합니다.

이웃이 아이에게 허락 없이 접촉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먼저 차분하고 명확하게 '허락을 받아달라'고 경계를 말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반복될 경우 관리사무소를 통한 공식 안내 요청, 필요하면 서면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느슨한 연결이 오히려 고독감을 키우지 않나요?

연구들은 오히려 반대 결과를 보여줍니다. 지속 불가능한 깊은 관계보다 꾸준히 유지되는 가벼운 연결이 장기적 고독감을 더 효과적으로 줄입니다. 느슨한 연결은 회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성의 설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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